당뇨병의 합병증
일단 당뇨병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당뇨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알맞은 치료법으로 혈당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일생생활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당뇨병으로 인한 여러 가지 급성 또는 만성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건강한 장수를 해치는 주된 원인은 병이 오래되면서 따라오는 눈, 신장, 신경 및 혈관에 오는 점진적인 손상(합병증)일 것이다. 당뇨병의 합병증은 진단 후 7-8년의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중년기 이후에는 처음 당뇨병 진단 시에도 합병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합병증을 예방하고 그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병원에서 주기적인 검사를 하여 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단 합병증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여 합병증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급성합병증
(1) 저혈당증
이것은 인슐린요법을 받고 있는 소아형 당뇨병 환자에서 많이 관찰된다.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하는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간혹 볼 수 있다. 인슐린요법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혈당이 전보다 낮아져도 인슐린 투여량을 이에 따라 줄이지 않은 경우에 저혈당증이 잘 오며 노인에서는 지속형 경구혈당제를 다량 투여했을 때 발생하기도 한다. 저혈당의 증상은 초기에는 공복감, 발한, 가슴의 울렁거림, 두통, 손의 떨림 등이고 이것이 진행되면 정신착란, 혼수, 전신 경련 등 포도당 결핍으로 인한 뇌신경 증상이 나타나서 응급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식물인간이 된다. 만약 이러한 상태에 빠지게 되면 신속하게 응급으로 요당과 혈당검사를 시행한다. 요당이 음성이고 혈당치가 40mg/dl 이하이면 저혈당증이므로 즉시 설탕 물이나 콜라 등을 마시고 의식이 없으면 포도당을 정맥으로 주입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혼수에 빠졌을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저혈당증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른 종류의 혼수에서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는 것 이 환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주지 않지만 저혈당성 혼수는 불과 2-3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회복불능의 뇌손상을 포함한 중요기관(심장, 신장)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2)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케톤이란 체내의 지방산이 대사되어 만들어진 물질로 ①인슐린이 부족하고 ②글루카곤, 코르티솔 및 성장호르몬 등 인슐린의 길항호르몬이 증가한 경우, 케톤이 간에서 다량으로 생성된다. 케톤은 산성을 띠고 있으므로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 산혈증을 일으킨다. 피의 정상 소수이온(pH)는 7.4로 약알칼리성이다. 몸의 모든 효소와 신경기능은 산도(pH)가 정상으로 유지되어야 기능을 하며 pH가 조금이라도 변하게 되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케톤산혈증은 주로 인슐린-의존형 당뇨병 환자에서 볼 수 있는데 당뇨병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당뇨병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즉 갈증, 다음, 다뇨, 심한 무력증, 탈수로 인한 체중감소와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고 토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복통도 오기 때문에 충수염이나 급성복막염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더 진행이 되면 탈수와 산혈증이 악화되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몽롱하여지다가 나중에 혼수에 빠진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게 되므로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당뇨병성 혼수를 가져오는 원인을 보면 ①당뇨병 환자에서 세균감염이 심하든지 ②환자가 임의로 인슐린 주사를 중단하는 경우, 혹은 ③정신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을 때, ④교통사고를 당하거나, ⑤당뇨병을 조절하지 않고 외과수술 등을 받았을 경우에 발생한다.
(3) 비케톤성 고삼투압성 혼수
이것은 주로 노인의 인슐린-비의존형 당뇨병에서 간혹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혼수는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요로감염이나 폐렴 등의 감염증, 어떤 이유로 부신피질호르몬을 다량 사용하는 경우, 또는 고혈압 치료에 다이아자이드 같은 이뇨제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혼수의 특징은 심한 고혈당(600mg/dl 이상), 요당 4+(소변에서 당도 높게 나오고)이상이고, 케톤뇨가 없으며 고나트륨혈증을 보인다. 심한 탈수로 인하여 체중이 감소되고 혈압이 떨어지며 체온상승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식소실이 심하지 않은 경우 보리차 등의 맹물을 다량 공습하면서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40-50%에 달하는 매우 위험한 급성합병증이다. 그러므로 당뇨병성 혼수를 예방하기 위하여는 다음의 사항을 꼭 지켜야 한다. ①먼저 당뇨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 ②식사요법을 꼭 지키고 규칙적인 운동요법을 실행해야 한다. ③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④인슐린 주사와 경구 혈당강하제(내복약)의 용량을 자기 마음대로 변경하거나 투여를 중지하지 말아야 한다. ⑤만일 당뇨병이 악화되고 몸이 나빠졌다고 생각되면 즉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2. 만성합병증
(1) 당뇨병성 안질환
①당뇨병성 망막증 – 눈을 통해 들어온 물체의 영상이 눈에 맺히는 곳에 바로 망막이다. 망막에는 많은 모세혈관과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은 망막의 모세혈관을 망가뜨려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40세 이후에 오는 실명의 원인에서 당뇨병성 망막증이 가장 많다. 당뇨병성 망막증에는 단순성 망막증과 증식성 망막증이 있는데 전자는 망막에 미세동맥류와 점상출혈 등이 오는 것이고 후자는 망막박리, 혈관신생(출혈 후 주위에 혈관이 새로 생기는 현상) 및 실명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망막증은 혈당조절 정도에 따라서 발병의 차이가 크므로 철저한 혈당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당뇨병 환자에서는 아직 망막증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인 안저검사(망막의 상태를 검사함)를 함으로써 망막증의 조기 색출이 가능하며 망막증이 일단 합병된 경우에는 3-6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안저검사를 하여 진행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실명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실명의 위험성은 시신경유두나 그 주위에 울혈이나 신생혈관이 발생되는 경우이므로 이러한 환자는 안과의 망막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시기에 레이저-응고요법을 시행하면 실명위기에 있는 망막증환자의 약 70%에서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②백내장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병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뇨병 환자가 나이가 많고 당뇨병의 이환 기간이 길고 또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에는 백내장의 발생이 늘어나게 된다. 백내장은 당뇨병 환자가 비당뇨인 보다 3-4배 많이 발생하여, 전체 당뇨병 환자의 20-30%에서 발견된다. 그 중 5-7%는 심한 백내장으로 시력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백내장은 안과적인 수술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면 시력이 회복된다. 백내장수술 후의 시력회복은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질환이 없어야 양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 당뇨병성 신장질환
우리 몸에서 신장은 ①체액의 양과 ②삼투압 조절기능, ③체내 산도 조절기능, ④노폐물 배설기능, ⑤호르몬 분비기능 등을 하고 있다.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신부전 환자에서는 몸이 깨끗이 정화되지 않으므로 노폐물과 수분이 몸에 쌓이는 요독증이 발생한다. 또한 고혈압, 빈혈, 골다공증 등의 여러 가지 질환도 동반하게 된다. 신장 안에는 미세혈관이 뭉쳐 실타래처럼 생긴 사구체라는 기본적인 구조가 있어 노폐물을 걸러내고 있는데 당뇨병으로 인해 사구체가 손상되면 혈액 내의 단백질(알부민)이 사구체를 거쳐 소변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면 당뇨병성 신증(신장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초기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성 신장 합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청소년 당뇨병에서는 50-60%가 그리고 40세 이전에 발생한 당뇨병환자에서는 약 30%, 그 후에 발생한 당뇨병환자에서는 10%정도가 신부전증으로 발생한다. 당뇨병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초기에는 신장이 커지고 사구체 여과율의 증가와 경증 고혈압이 나타나며 소변검사에서는 소량의 알부민의 검출된다. (미세알부민이 24시간 소변에 20-300mg 배출된다.)
당뇨병성 신증의 초기에는 혈당의 엄격한 조절, 과잉 단백질 섭취의 제한 및 고혈압 조절 등을 하면 그 진행을 억제하거나 정상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신장의 사구체의 여과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모세혈관은 일부분만 손상되어도 나머지 모세혈관에 여과기능의 부담이 가중되어 사구체의 손상이 가속화된다. 또 당뇨병을 잘 관리하지 않고 오래 지속하게 되면 방광의 수축기능이 감퇴되어 신경성 방광 같은 배뇨장애를 일으킨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요로 감염도 잘 생겨 이것이 신장의 손상을 더 가속시키게 되므로 특히 여자 환자에서는 요로감염의 유무를 3-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뇨병성 신장병이 합병된 환자에서는 방사선 조영제나 일부 항생제가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신증이 진행되면 신사구체의 여과율과 배설기능이 감소되어 결국 신부전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혈액 투석이나 신장이식수술을 시행해야 환자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3)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계 합병증은 당뇨병의 3대 합병증(망막증, 신장합병증, 신경합병증) 가운데 가장 많이 보이는 만성 합병증이다. 가장 흔한 것은 하지에 대칭으로 양말 신는 부위에 오는 말초성 다발성 신경병증이며 통증, 저린 느낌, 열감이나 통각(아픈 감각)의 소실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특히 야간에 악화되어 통증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자율신경 장애가 초래되면 발기불능, 방광마비, 간헐적인 설사, 위무력증, 기립성저혈압(갑자기 일어날 때 혈압이 저하되는 것) 등이 나타난다. 당뇨병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신경병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신경의 손상을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손상이 진행이 되면 비가역적인(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음) 상태로 되어 회복이 어려워진다. 특히 신경계의 손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음주를 하지 말아야 하며 종합비타민을 포함한 적절한 영양공급이 혈당조절 못지 않게 중요하다.
(4) 감염증
당뇨병환자는 종기나 진균증(무좀), 피부감염증이 잘 오고 피부에 상처가 나도 잘 아물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며 구강에는 치주염도 흔히 발견된다. 중년기 이후의 여성 당뇨병 환자에서는 요로감염증이 잘 오며 이것이 신우염을 일으켜서 신장기능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고 진균성 (캔디다)질염도 자주 온다. 당뇨병을 가진 노인이나 소아에서는 세균성 폐렴이 잘 합병된다. 이것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자체의 악화나 패혈증으로 발전해 생명이 위독해 지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기나 기관지염이 많이 발생하고 한 번 걸리면 회복이 더디거나 폐렴으로 합병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절기처럼 독감이 유행할 때에는 미리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당뇨병의 족부질환
당뇨병 환자에서 발이 헐거나 (궤양)썩어 (괴사)들어가서 발가락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당뇨병성 족부질환이라고 한다. 이는 하지 말초혈관질환에 의한 혈류 감소 및 신경병증으로 인해 족부에 자주 생기는 상처와 족부의 만성부종, 합병된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게 된다. 이런 족부질환은 당뇨병을 15년 이상 오래 앓은 환자에게 걸리기 쉽다. 족부질환이 발생하면 발이 헐고 염증이 생겨 고름이 나와 악취가 나지만 통증은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악화되면 당뇨병 환자는 감염증이 족부 위로 파급되고 패혈증으로 되면 고열이 나고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당뇨병성 족부질환의 치료방법의 선택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당뇨병의 적절한 조절, 항생제 투여, 영양공급, 국소치료 등의 방법으로 가능한 족부의 원형을 보존하도록 노력한다. 만일 골수염을 수반한 경우라면 불가피하게 손상된 부위의 하지를 절단해야 한다. 선진국의 통계에 따르면 비외상성(외상을 받지 않는 경우) 족부절단의 과반수가 당뇨병성 족부질환이라고 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족부궤양이나 족부괴저를 예방하려면 우선 흡연자는 담배를 끊어야 하고 매일 따뜻한 물로 발을 씻고 발톱을 자주 깎으며 양말을 두껍게 신고 발에 꽉 끼는 신발은 신지 말아야 한다. 또 발에 물집이나 작은 상처가 났을 때에도 병원에서 잘 치료하여 상처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족부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아 발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발관리에 항상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료 인용:
허박사가 알려주는 한국형 당뇨병 맞춤치료, 허갑범,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