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고혈압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안다. 그리고 고혈압이 뇌출혈 등의 뇌질환과 심근경색 그리고 그 이외에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대부분 고혈압은 이로 인한 특별한 증세가 별로 없고 또한 위험한 합병증이 언제 생긴다는 분명한 경고도 알 수 없기에 자신의 고혈압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이 기회에 정확하게 다시 고혈압에 대해서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혈압이란? 우리 몸의 조직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혈관 내에 일정한 압력이 필요하다. 즉, 이 압력이 있어야 동맥내의 혈액을 장기 혹은 조직에 공급하게 되는데 이러한 압력은 심장의 펌프기능 때문에 가능하다.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근육이 수축하는 동안 나타나는 혈압을 수축기 혈압이라고 하고 이후에는 심장이 이완하여 온 몸에 있던 피를 받아 늘어나는 동안의 혈압을 확장기(혹은 이완기) 혈압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120/80mmHg와 같이 표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수주간에 걸쳐 2회 이상 적절하게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이거나, 또는 이완기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다.
혈압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고혈압의 진단은 한번 측정한 혈압만으로 진단하지 않고 적어도 3번 이상의 방문, 그리고 각 방문당 2번 이상 혈압을 측정한 후 고혈압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혈압을 측정하기 전에는 10분 이상 자리에서 안정 후 측정하며 30분 이내 흡연 및 카페인의 섭취를 금하며 5분 이상 편안히 앉은 자세에서 팔을 심장위치에 두고 측정한다. (적정 혈압이 보통 120/80mmHg 이라고들 이야기 하나, 사실 이보다 높아지면 고혈압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혈압이 더 좋고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유를 모르게 갑자기 혈압이 낮아진 경우 혹은 혈압이 낮아서 자주 어지럼증이나, 식은 땀, 가슴 두근거림과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가 아니라면, 90/60mmHg 정도까지는 문제가 없다.)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서 뇌졸중, 심근경색증, 울혈성 심부전, 신장병, 말초혈관질환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발생의 약 80%를 차지하는 허혈성 뇌졸중의 교정 가능한 위험 인자들 중 가장 중요한 수축기 혈압은 115 mmHg 이상에서 20 mmHg 증가할 때마다, 그리고 이완기 혈압은 75 mmHg 이상에서 10 mmHg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의 발생률이 2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미국뇌졸중학회(American Stroke Association, ASA)에서 발표한 뇌졸중의 일차 예방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의 상대적인 위험은 정상에 비해 8배가 높으며 치료를 통하여 고혈압을 엄격하게 조절할 경우 약 32%정도 뇌졸중의 위험도를 감소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철저한 고혈압 조절을 통하여 뇌졸중 발생 및 재발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할 중요한 보건 의료 문제가 되었다. 국내 조사 결과 고혈압 유병률은 26.9%로 나이에 따라 증가하여 60세 이상에서는 2명 중 1명이 고혈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혈압 환자의 고혈압에 대한 인지율, 치료율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낮은 상황이다(인지율 66.1%, 치료율 59.4%, 조절률 42.4%).
고혈압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본태성 고혈압)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 2차성 고혈압이 있다. 고혈압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은 발병원인은 잘 알 수 없지만 혈압을 상승시키는 촉진인자가 있는데 아래 그림과 같다. (나머지 10%정도를 차지하는 2차성 고혈압은 신장질환, 내분비질환의 일부, 임신중독증, 자간증, 혈압을 상승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는 종양, 신경성 방광증, 요로폐쇄증, 특정 약물복용 등의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본태성 고혈압의 촉진인자 (출처: 서울 삼성병원 자료)
고혈압의 정도에 따른 분류는 (참조: 유럽고혈압학회의 고혈압 분류) 적정혈압은 120/80mmHg이하, 정상은 130/80mmHg까지 그리고 높은 정상은 140/90mmHg이전까지의 혈압을 말하고, 그 보다 높은 경우 140/90mmHg - 150/100mmHg전까지 1도 고혈압, 150/100mmHg - 180/110mmHg전까지는 2도 고혈압, 180/110mmHg이상은 3도 고혈압으로 분류하였다.
**심혈관 위험 인자를 고려한 적정혈압은 120/80mmHg이하,
***처음 선별 후 2회이상 방문하여 2회 이상 측정한 평균값으로 한다.
[이러한 분류는 대한고혈압학회의 것과는(아래 표 참조)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의 고혈압 치료지침은 (1) 고혈압의 정도 (2) 심혈관 위험 인자의 개수 (3) 무증상 장기 손상의 유무 (4) 임상적인 심혈관 질환의 유무에 따라 기저위험군,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누어 치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①고혈압전단계(혹은 높은 정상)의 환자라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콩팥병(신장질환)이 있으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규정되고 ②고혈압(1도) 환자일지라도 위험인자가 없으면 저위험군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생활요법은 1일 소금 섭취량을 6g 이하로 제한하고, 과일과 채소는 많이, 포화지방은 적게 섭취하며 운동은 1일 30~50분 정도의 육체활동을 주 5일 이상 반복할 것으로 주문하는 동시에 과다체중에서 5kg 감량을 주문하고 있다. 1일 2잔 이하의 음주 제한과 금연도 주요 권고사항이다.
고혈압의 치료목표는 생활요법과 약물요법으로 혈압을 조절하여 뇌졸중, 관상동맥 질환, 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 및 신부전에 의한 유병률과 사망률을 최대한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승되어 있는 혈압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 전에 별 증상이 없었거나, 약물 복용으로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은 약을 복용한다는 것에 대해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나 생활요법으로 인한 불편함은 뇌졸중이나 심장질환 그 이외 다른 합병증을 겪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며 최근의 고혈압 약물은 부작용이 매우 적으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의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여기서 다 다루기는 어렵지만 영국의 고혈압약제의 사용가이드 라인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고혈압약제는 여기 그림에 나온 대로 A, B, C, D로 알고 있으면 기억하기 쉽다. (A는 ACE inhibitor나 Angiotensin 2 receptor blocker -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를, B는 Beta blocker – 교감신경차단제를, C는 Calcium channel blocker- 칼슘길항제를, D는 Diuretics-이뇨제를 각각 말한다.) 고혈압 약제의 선택은 약제의 고유한 치료효과에 따라서 그리고 의료진의 선택이나 나라 혹은 인종마다 그 사용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고혈압과 함께 환자의 장기손상(혹은 합병증)의 유무 혹은 다른 질환이 같이 있는 지 등에 따라 약제의 선택도 다르다. 고혈압은 발생 원인이 분명하지 않더라도 각 사람마다 생각할 수 있는 발생기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개인에 맞는 약의 선택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약의 복용도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고혈압의 변화와 치료효과에 따라 용량의 증감 혹은 다른 약제와의 병용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약 복용 후 정상혈압으로 돌아와도 가급적이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혹시 줄일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가급적 서서히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자료 인용:
2013 ESC/ESH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arterial hypertension,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Dong-Gu Shin, MD, PhD, 국민고혈압사업단 web-page)